2025년 7월 말 발표된 새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은 국내 증시에 즉각적인 충격을 안겼다. 법인세 인상, 증권거래세 환원,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한동안 이어졌던 감세 기조를 되돌리는 세수 정상화 선언이었다. 발표 당일 코스피는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며 정책 변화에 대한 시장의 긴장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장은 단기 충격 이후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세금이 오르면 주가는 반드시 하락한다는 공식은 작동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번 글에서는 금투세 폐지 이후의 세수 공백, 거래세와 법인세 인상의 구조, 배당세제 보완책까지 짚어보며 세제 개편이 코스피 밸류에이션에 남긴 흔적을 분석한다.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정책으로 읽는 국내 증시 시리즈 글 모음
#1. 금리동결,원화 약세,확대 재정과 2026 코스피
#2. 세수 정상화와 코스피 밸류
금투세 폐지의 유산: 비어버린 세수의 공백
금융투자소득세는 애초 과세 합리화라는 명분 아래 설계됐다. 금융투자로 일정 규모 이상 소득을 얻는 경우 초과분에 과세하는 대신 기존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구조였다. 과세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금투세는 시행되지 못한 채 폐지됐다. 그 결과 남은 것은 낮아진 거래세율뿐이었다. 코스피의 거래세 본세율은 사실상 0% 수준까지 내려갔고 세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증권거래세 징수액은 5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으며, 금투세가 도입되지 않으면서 예상 세수 또한 확보되지 못했다.
정부 입장에서 이는 세제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재정 운영의 현실적 과제였다. 누적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한 조정이 불가피했고 2025년 세제개편안은 그 첫 조치였다.
2025년 세제개편안의 세 가지 축
증권거래세 0.20% 환원
2026년부터 코스피의 실질 거래세 부담은 0.20%로 복원됐다. 본세율 0.05%에 농어촌특별세를 더한 수준이다. 코스닥 역시 동일 수준으로 조정됐다.
거래세는 손익과 무관하게 매도 시 부과된다. 단기 매매 비중이 높은 투자자일수록 부담이 커진다. 예컨대 연간 회전율이 높은 개인투자자는 세율 0.05% 포인트 인상만으로도 수익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거래 회전율 둔화 및 유동성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거래세 환원은 2019~2023년 수준으로 되돌린 조치라는 점에서 신규 세금이 아니라 감세 철회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은 이를 구조적 충격이 아닌 비용 정상화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법인세 전 구간 1% 포인트 인상
법인세율은 과표 전 구간에서 1% 포인트씩 인상됐다. 최고세율은 24%에서 25%로 복원됐고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질 최고세율은 27%대에 이른다.
법인세 인상의 밸류에이션 효과는 계산이 가능하다. 최고세율 구간 기업의 세후 순이익은 계산상 약 1%대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PER 기준으로 보면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동일 주가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소폭 상승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영향은 기업마다 다르다. 세액공제 활용, R&D 비중, 투자 규모 등에 따라 실효세율 차이가 발생한다. 대규모 기술 투자와 고용 창출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기업은 세율 인상 충격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상장주식 대주주 기준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됐다. 이 기준은 연말 수급에 반복적 영향을 준다. 과세 기준일 이전 매도 물량이 급증하는 현상이 과거에도 나타났다.
이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 변수다. 연말마다 수급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전략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당근과 채찍: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증세와 동시에 제시된 완충 장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과세 대신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고액 투자자에게 고배당주 보유 유인을 강화하는 정책이다. 배당성향이 높은 금융주, 통신주, 일부 에너지·유틸리티 기업이 구조적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배당 분리과세는 거래세·법인세 인상의 충격을 일부 상쇄한다. 단기 매매보다 장기 보유, 고배당 전략을 선호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투자 문화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세수 정상화와 밸류에이션의 경로
세제 개편 발표 직후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거래 비용 증가, 기업 이익 감소 우려가 즉각 반영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밸류에이션은 단기 충격과 중기 경로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법인세 1% 포인트 인상은 이익 감소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확보된 세수가 전략 산업과 인프라 투자로 이어질 경우 중기 성장률과 기업 매출 기반을 확장할 수 있다. 세금 인상이 성장 투자로 연결된다면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 상쇄될 수 있다.
거래세 인상은 유동성을 낮출 수 있지만 동시에 과도한 단기 투기적 거래를 줄여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측면도 있다. 회전율 둔화는 장기 보유 중심의 시장 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
결국 밸류에이션은 세율 숫자만으로 해 결정되지 않는다. 세금이 어디로 흘러가고 기업 이익이 어떤 경로로 재투자되는지가 핵심이다.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전략적 변화
첫째, 매매 전략의 재점검이다. 거래세 0.20% 환경에서는 잦은 매매가 비용 구조를 악화시킨다. 장기 보유 비중 확대와 매매 빈도 축소가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둘째, 법인세 실효세율을 고려한 기업 선별이다. 세액공제 활용도가 높은 기업,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세율 인상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셋째, 고배당 섹터에 대한 재평가다. 배당 분리과세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맞물릴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세제는 시장의 지형을 바꾼다
세금은 비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업의 이익 구조를 바꾸고 투자자의 행동을 바꾸며 자금의 흐름을 재편한다. 2025년 세제 개편은 감세 기조의 후퇴라는 단기 충격을 안겼지만 동시에 배당 중심 투자 문화를 강화하는 방향도 제시했다.
세수 정상화가 단기 유동성 위축으로 끝날지 전략 산업 투자 확대를 통한 중기 리레이팅으로 이어질지는 정책 집행의 질과 기업의 대응에 달려 있다.
변화된 세제 환경은 국내 증시의 지형을 다시 그렸다. 그 위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투자자의 전략에 달려 있다.
참고 자료 기획재정부 2025년 세제개편안(2025.7.31) / 뉴스 1·한국일보 증권거래세 시행령 개정 보도(2025.12.1) / 서울경제 세제개편안 분석(2025.7.31) / Lexology 법인세제 분석 보고서(2025.9) / 국회예산정책처 세수 효과 추계 / 경향신문·헤럴드경제 금투세·거래세 관련 보도
☞ 본 글은 투자 참고용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됐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0 댓글